아기물방울의 여행
윤구병(1994). 아기물방울의 여행. 서울 : 보리
1. 들판에 오래오래 가뭄이 들었어요.
아기 풀무치는 몹시 목이 말랐어요.
하지만 마실 물이 없었어요.
"바람님, 나는 물이 되고 싶어요.
내가 죽거든 물이 되게 해 주세요."
아기풀무치는 지나가는 바람에게 빌었어요.
2. 아기풀무치는 죽어서 땅 속 깊이 묻혔어요.
아기풀무치는 소원대로 물이 되었어요.
깊은 땅 속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너도 이리와. 우리와 함께 흐르자."
흐르는 물이 아기물방울을 불렀어요.
아기물방울은 다른 물방울들과 한 몸이 되었어요.
3. 어느날, 아기물방울은 땅 위로 올라왔어요.
'퐁퐁퐁'
산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으로 나왔어요.
아기물방울은 아래로 흘러흘러 내려갔어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아기물방울이 물었어요.
"응,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
다른 물방울들이 말했어요.
4. 아기물방울은 골짜기 아래로 흘러 내려갔어요.
"야, 시원한 물이다."
송사리가 아기물방울을 꿀꺽 삼겼어요.
아기물방울은 송사리 입으로 들어갔어요.
'뻐끔뻐끔'
아기물방울은 아가미로 다시 빠져 나왔어요.
"왜 물을 마셨다가 뱉지?"
아기물방울이 물었어요.
"응, 송사리는 그래야 숨을 쉴 수가 있어."
다른 물방울들이 대답했어요.
5. "수박밭에 물을 주어야겠어."
두러두런 사람 소리가 들렸어요.
'첨벙'
아기물방울이 물통에 실려 올라갔어요.
'철철철'
아기물방울은 수박밭에 떨어졌어요.
"아, 시원해."
수박은 뿌리로 아기물방울을 빨아들였어요.
6. 아기물방울은 줄기를 타고 수박 속으로
들어갔어요.
아기물방울은 오래오래 수박 속에서 머물렀어요.
'통통통'
"야, 잘 익었다."
순이가 수박을 두드리면서 말했어요.
7. '쩍'
수박이 갈라졌어요.
'사각사각, 서걱서걱.'
순이가 수박을 먹기 시작했어요.
아기물방울은 순이 입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목구멍을 지나 빨간 핏줄로 들어갔어요.
물방울은 깜깜한 몸 속을 흘러 다녔어요.
8. 아기물방울은 땀구멍으로 빠져 나왔어요.
땀이 되어 살갗에 맺혔어요.
"아유, 더워."
순이가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기물방울은 몸이 점점 가벼워졌어요.
9. 아기물방울은 훌쩍 공중으로 떠 올랐어요.
아기물방울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어요.
"아유, 추워."
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추워졌어요.
"우리함께 모이자."
물방울들은 옹기종기 모여들었어요.
아기물방울은 구름이 되었어요.
10. 물방울들은 자꾸자꾸 모여들었어요.
구름은 점점 무거워졌어요.
'후두둑 후두둑'
물방울들은 비가 되어 아래로 떨어졌어요.
아기물방울도 비가 되었어요.
11. 아기물방울은 바다에 떨어졌어요.
바다는 무척 넓었어요.
"내가 바닷물이 되었나봐."
아기물방울은 바닷물이 된게 자랑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