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초여름이 되자 꽃밭에는 꽃들이 활짝 피었어요.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꽃...
그 중에서도 매일매일 키가 자라는 개나리는 금방 눈에 띄었지요.
날씬한 몸매에 예쁜 얼굴, 후후..모두들 날 부러워할꺼야.
개나리는 바람에 맞춰 한들한들 춤을 추었어요.
그때 멀리서 부-웅 하고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아휴, 배고파. 어디서 꿀 좀 얻어야 할텐데...
옳지 저기 예쁜 꽃이 있군.'
꿀벌은 개나리를 살짝 흔들었어요.
"개나리꽃 아가씨, 참 예쁘십니다. 저에게 꿀 좀 주세요."
그러나 개나리는 고개를 홱 돌리며 화를 버럭 냈어요.
"뭐라구요? 꿀을 달라구요?
아까운 내 꿀을, 그것도 당신같이 못생긴 곤충에게요?
흥! 나눠줄 꿀은 없으니 다른 데나 가서 알아보시죠."
"저 개나리꽃님. 조금이면 됩니다. 먼 길 오느라 배가 너무 고파요.
제발 조금만 나눠 주십쇼."
꿀벌은 울상이 되어 두발을 비비며 사정을 했어요.
하지만 개나리는 한참을 빌어도 본체만체 했어요.
이 모습을 본 다른 꽃들도 덩달아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이제 어디 가서 꽃을 찾지? 더 날아갈 힘도 없는 데
꿀벌은 힘없이 꽃밭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그때 어디선가 달콤한 꿀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요.
어? 고개를 들고 보니 저 뒤쪽에 나지막이 피어있는 민들레가 보였어요.
"민들레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꿀 좀 주실 수 있으세요?"
민들레는 벙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 그럼요. 얼마든지 드리죠."
민들레가 너무 쉽게 허락하자 꿀벌은 잘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저, 정말이세요? 전 많이 먹을 텐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꿀벌은 너무 고마워 눈물까지 글썽거렸어요.
"아, 꿀이야! 나눠먹으라고 했는데... 걱정 말고 마음껏 드세요."
민들레는 초록색 잎사귀로 너풀너풀 부채질까지 해주었어요.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 모습을 본 개나리는 민들레를 손가락질하며 비웃었어요.
"역시 못생긴 꽃들은 저렇게 바보짓을 한다니까."
하루, 이틀, 사흘, 낮과 밤이 여러 번 바뀌었어요.
다투어 피어나던 꽃들도 시들기 시작했지요.
민들레꽃도 개나리꽃도 쭈글쭈글 변해갔어요.
'아이 참, 어떡하지? 내 얼굴이 점점 미워지네.'
개나리는 울상이 되어 민들레를 내려다보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요?
주름 가득한 민들레 밑에 동그란 아기 민들레가 웃고 있지 않겠어요?
'음, 이상하다. 난 아무 것도 없는데 아기 민들레는 어떻게 된 거지?'
얼마 전 꿀벌이 꿀을 먹으면서
선물로 슬쩍 아기 민들레 꽃씨를 만들어준 걸 아무도 모르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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